시장터 ⑥
두 사람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러는데 바깥에서 누군가가 창문을 톡톡 두드리며 플래시 불빛을 이리저리 비춘다.
불빛에 노출된 전두한이 얼굴이 잔나비 똥구멍처럼 벌개져서 큰소리친다.
“먼교?”
“아, 실례합니더.경찰인데예. 그 안에서 머합니꺼?”
“내 차 안에 내가 앉아 있는데 와? 머 죄진나?”
“그기 아이고예. 문 좀 열어보이소.”
전두한이 마침 게눈 감추듯 바지 안으로 양물을 쏙 집어 넣어 흔적도 없겠다, 마음놓고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문을 열었다.
아직도 아래쪽이 후꾸후끈한 홍여사도 축축해진 팬티를 엉덩이로 밍그적거려 부샅 쪽으로 밀어 이물감을 없앤 다음, 낯짝을 바짝 쳐들고 ‘나 뭐했게?’ 하듯 경관을 쳐다봤다.
경관은 튀어나온 눈에 팽이턱을 한 사내였는데 팔의 파란 힘줄이 불거진 게 마치 권투선수처럼 힘께나 쓰게 보였다.
경관은 거수경례를 착! 절도있게 갖다 붙이곤 성명서를 발표하는 듯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주민등록증 좀 봅시더.”
“와요? 내 이 동네 사는데…. 아! 나 모른겠는교? 나?거 여기 서장이 김태수 아니오?”
김태수는 갈치 지역 서장이었다. 해운대서 갈치서장 이름을 대다니 남의 무덤 앞에서 호곡하는 식이다.
경관은 콧방귀도 안뀌며 차내부를 한번 휘익 둘러보더니 홍여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홍여사는 자신이 한 짓을 들킨 것처럼 꼬리를 내리며 경관에게 눈웃음을 쳤다. 경관이 무표정하게 입을 연다.
“김태수? 아인데예?혹 아저씨 이름이 신창원입니꺼?”
경관도 맞받아쳤다. 전두한은 놈의 단수가 보통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쯤해서 타협을 보는 게 최고다. 괜스레 꼬투리 잡히면 패가망신하는 거다. 죽으려면 범 불알을 못잡겠는가?
홍여사가 경관 모르게 전두한의 엉덩이를 살짝 꼬집었다.
전두한은 오뉴월 땡볕을 내주는 심정으로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스윽 빼내 경관에게 넘겨 주었다.
주민등록증을 받은 경관은 치찌지지∼ 소리만 요란한 무전기에 대고 전두한의 주민번호를 외친다. 그리곤 다시 돌아와 주민등록증을 돌려 주었다.
그는 거수경례를 하며 “왕년에 대통령 이름하고 비슷하네예. 욕보이소”하곤 돌아섰다.
경관이 돌아가자 두사람은 한참 낄낄대며 웃었다. 그러다 홍여사가 색정이 가득찬 앙큼한 목소리로 말한다.
“텔이네 집에 갈래예? 찝찝하지예?”
순간 전두한은 움찔했다. 호텔까지 가서 양물이 을숙도에 지는 해처럼 기세를 잃어버린다면 죽은 자 놓고 매질하는 격 아닌가? 마침 아까는 미리 작정을 하고 ‘잘일라그라’를 먹고 왔기망정이지 이젠 자신이 없다.
“호텔? 안된데이. 오늘은 아부지 제사 아이가.”
처녀가 애 낳아도 할 말 있다고 전두한은 죽은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셈치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 하지도 못할 놈이 잠방이 먼저 벗을 수는 없는 법이지.
“그라마 여서 하까예?”
“여서? 아이다. 됐데이. 니 하고 싶나?”
“언지예∼”
“니 말조심하그라. 서울사람이 들으마 언제할라카는지 물어보는 것 같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