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시험 불합격기 최진실과의 추억
제 꿈은 어린 시절부터 멋진 스타가 되는 것이었죠. 초등학교 시절부터 당대의 스타들을 흠모하며 나도 커서 저리 되리라 마음먹고 예술계 고등학교를 다녀 연극영화과에 진학 하려 했습니다. 전 슬프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진실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제가 그녀를 꼭 한번 만나 사인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모가 당시 MBC 홍보실에 근무했는데 그 덕에 방송국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어느날 MBC 지하식당에서 이모와 밥을 먹고 잇는데 최진실씨가 나타났어요. 아마 촬영을 하다가 잠시 시간이 나서 밥을 먹으러 온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식기를 들고 배식을 받더니 저와 이모가 앉아 있는 곳으로 오지 않겠습니까? 그리곤 앞에 앚으려다가 저희 이모를 보고 아 안녕하세요하고 웃으며 고개를 까닥이었습니다. 이모는 아 식사하러 왔어요? 하며 아는체 했습니다.
알고 보니 두사람은 안면이 있었습니다. 언니가 홍보실에 있는 관계로 가끔 스튜디오에 와서 취재를 하곤 했는데 최진실씨하고도 새 드라마 시작할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엇다고 해요. 하여간 전 얼굴이 발개지고 가슴이 콩닥콩닥 했습니다. 그녀는 저 보고 아 귀여엽게 생겼네 어저꾸하면서 제가 내민 종이에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어쨋거나 그 일로 저는 당장 여의도에 있는 연기학원에 보내 달라고 집에 와서 떼를 썼습니다. 왕 같잖은 엄마는 공부부터 해서 대학 들어가 해도 늦지 않다며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요. 사설이 너무 길었나요?
하여간 그로부터 5년후 고교 졸업하던 그해 MBC탤런트 시험을 봤습니다. 그동안 학원에는 안다녔지만 제 나름대로 연기론이라던가 영화나 드라마를 수백편 보고 혼자 거울보고 연습도 하고 하여간 별 짓 다했죠. 원서를 내고 어쩌구 하고 나서 여의도에 있는 모 학교에서 면접을 보는데 그야말로 장사진이었죠. 줄이 바깥 도로까지 까마득했습니다.
줄이 서서 기다리다 면접을 보는 교실로 떼지어(?) 들어가니 심사위원들이 한 10명 정도 앉아 있는데 누가 누군지 거의 앞이 안보이는 수준이더군요. 그 넓은데서 심사위원들은 대충 서류를 보면서 한 마디 씩 합니다. 던 안경 쓰고 살이 찐 사람이 저를 휙 건성으로 쓸어 보더니 한다는 소리가 “올해 졸업했네? ”하면서 지나가는 말투로 던집니다. 전 이걸 대답해야 할지 말지 머뭇거리고 있는데 나를 싹 무시하고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뭐라고 묻습니다.(그땐 뭐라고 하는지 들었는데 시험장을 빠져 나오자 마자 싹 잊었음) 뭐야 이거? 그리곤 그만이었습니다. 우린 모두 패잔병 처럼 밖으로 나왔어요.
이게 무슨 면접이야? 적어도 연기를 무엇을 잘하나? 어떤 연기자를 좋아하나? 등등 물어볼 것이 천지인데 아 “올해 졸업했네”가 무슨 질문이야? 정말 허망하고 화가 났습니다. 지원자가 많아 귀찮았겠지만 이리 웃기는 시츄에이션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열심히 준비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험이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다니 말입니다. 이만저만 황당한게 아니었습니다. 마치 떨어뜨리기위해 시험을 보는 것 같았죠.
전 열이 받혀서 한강 공원으로 가 다른 사람이 쳐다볼까 쪽팔려 하면서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한 병 깟죠. 그리고 그 심사위원을 엄청 욕해 댔습니다. 그러나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돌이켜 생각하면 도사 같은 그 사람들이 척 보면 저 놈이 재목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 대충 넘어 갔는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제가 심사위원에게 강력한 인상을 주는 행동을 해야했는지도 모르죠. 모 배우가 심사위원들의 눈에 띄기 위해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 일식집에 가서 사시미 칼을 빌려 가지고 들어갔다는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이 글은 글 쓴이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