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협의회 지역복지개발원 원장이자 본지 비상임 논설위원인 취운(翠雲) 허정회(許廷會/사진)씨가 ≪길에서 배운다/사진≫란 에세이를 내놨다. |  | | ▲ 허정회 |
허 씨의 신작 에세이 ≪길에서 배운다≫는 시대 담론을 조촐한 온수에 담아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만드는 글이다. 이 책의 부제는 ‘걸으며 달리며 오르며 깨친 삶의 지혜’이다. 이 책에 실린 84편의 단상은 책상머리에서가 아닌 자연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저자는 자문자답 한다.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배움 비움 배려 섬김 나눔을 위한 삶에 있다고 명료하게 정리한다. 이를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따뜻하고 활기차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삶의 중추적 토대들을 자연에 담아놓고 인생살이를 서사적 구조로 풀이해 나간다. 그는 이런 저런 글을 통해 세월을 표지(標識)하는 죽간의 금을 하나 둘 늘려가며 행복한 내면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요즘 우리 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글은 창작성이 결여되고 몽상적 냄새와 실험적 추상이 가득하다. 특히 얄팍한 서술적 구조와 텅 빈 서사, 키치(Kitsch)적 피상적인 글들이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또한 다다이즘과 근친성을 보이는 일부 작가가 읊조리는 척박한 이야기도 우리를 실망시킨다. 그들은 담론을 척수 속 비계처럼 개켜 놓고 빈곤해진 글마당의 통속주의를 만연케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솔하고 소박하며 질그릇처럼 투박한 저자의 속내 깊은 이야기를 맑게 걸러 담은 이 책은 5월 어느 은둔산(隱遁山)에서 만난 만청(晩晴)같은 청량감을 줄 것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 ‘길에서 배운다’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다. 평소 그가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정리한 것으로 일상을 담담하게 엮어냈다. 저자의 내면에 투영된 외부세계의 다양한 인상(印象)을 포착하여 이를 삶의 생생한 현장으로 건져 올려 선명한 이미지의 세계관을 대변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탐색이라든가 에피소드를 통한 소통과 공유의 확대, 다양성 등이 존재한다. 제2부 ‘가보고 싶은 길’은 우리 이야기다. 우리가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모아 놓았다. ‘작은 결혼식’ 실천, 층간소음 대책, 응급의료시스템 구축,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대책, 음주문화 개선, 노인운전사고 대책, 전국 빈집 정비, 공공안내문 표기, 차고지 증명제 실시, 책 수거함 설치, 치매 대책, 바둑 교육 의무화, 헌혈 캠페인, 한일관계 해법, 무국적 고려인 문제 등 우리 사회문제부터 국제적인 것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자신만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바람은 자신의 제안을 하나하나 시행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보통 사람은 이런 문제를 체감하면서도 고개를 돌리기 일쑤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해 누군가가 해결의 문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이런 면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기여하려고 애쓰는 저자의 마음은 따뜻하기 짝이 없다. 허정회 씨는 글쓰기, 바둑, 등산과 달리기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첫 둘은 정적인 거고, 나머지 둘은 동적인 것이지만 모두 집중하고 몰두해야만 하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한다. 그는 또 무엇보다 글 쓸 때 가장 행복해 한다. 그 이유를 "한 편의 글은 논리와 창의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며 "우리말과 글을 누구보다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틈날 때마다 바둑 두며 인생을 공부하는 그는 서울대총산악회와 서울대농대산악회 회장을 지낼 만큼 등산을 좋아한다. 신체단련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좋은 마라톤의‘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허씨는 2012년 마라톤 완주 후기를 모아 ≪발과 마음과 혼으로 달린다/사진≫를 펴냈다. 2003년 시작한 마라톤은 2016년 101회 완주했다. 허씨는 서울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을, 콜롬비아 국립사범대학교(UPN)에서 스페인어문학을 전공으며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이수했다. 평생 공공기관에 몸담으며 중앙 및 지방 정책개발에 힘써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회, 보건복지부, 경기복지재단 등에서 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