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방송국 아나운서 합격하기 어렵나

만청 주장환 2011. 4. 6. 11:15

방송국 아나운서 합격하기 어렵나

 

 

                                                                                www.resumenews.co.kr

 

 

대학 4학년 때 KBS를 시작으로 MBC, SBS, CBS, 불교방송, 스카이라이프 하다못해 유선방송까지 닥치는대로 시험을 봤다. 아나운서 아카데미란 곳도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3년이 지났다. 아아 이 일을 어쩌나? 포기하고 다른 길로 들어서? 그래서 3월에 모 신문사 시험에 응시했지만 태평로에 있는 그 신문사 면접에서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낙망의 처방약은 바닷가, 속초 바닷가로 달려가 시퍼렇게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렸다. 그날 되지게(?) 소주를 퍼마시고 찜질방 신세를 진 다음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가 반성해 봤다. 면접관 앞에서 다소 잘 난 척 한 것도 후회되고 건방지게 군일은 없는가 곱씹어 봤다. 아나운서야 화면발이 좀 잘 받아야 하니까 그렇다 치고 신문사 면접은 왜 떨어진거야? 하여간 난 마음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저의 마음속에는 신의 사랑과 빛과 조화와 진실과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이 신의 보호를 받으며 자유롭게 흐르고 있음을 압니다. 그리고 반드시 합격이라는 축복을 받을 것을 압니다.“

 

 

1주일이 지나자 마음이 차분해지고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샘솟았다. 그리고 우연히 TV를 켜는 순간 아래 자막에 신입사원모집 공고가 흐르고 있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그걸 보는 순간 난 합격할 자신이 생겼다. 마음 속에 환희가 물결치듯 일어나는 것이었다. 난 체험적으로 그런 기분이 들면 반드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십 번 당한 면접이나 시험은 이제 비주얼이었다.

서류를 접수하고도 마음이 편안했으며 그 어느 때 보다 안정감이 생겨 났다. 그건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전율감 같은 자신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류 전형 통과 소식을 들었을 때 오히려 담담해졌다. 그리고 곧 닥친 필기시험 날, 아침에 시험장에 가는데 영구차가 느릿느릿 지나갔다. 난 입을 꼭 다물었다. 어린 시절부터 영구차가 지나 갈 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운수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시험장에 도착하니 아직 시간이 남았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파란 하늘이 내게로 달려드는 듯 청명했다. 문제지를 펼쳐들자 마자 난 나도 모르게 “악”하는 소리를 냈다. 한 눈에 대다수 문제가 아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내 경우 제일 난제가 일반 상식이었는데 기가 막히게 아는 문제만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국어 문제...이 역시 만점이다 싶을 정도로 잘봤고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 역시 그날따라 일사천리로 명쾌, 간단하게 써내려 갔다.

 

 

예상대로 거뜬히 통과 했으며 드디어 1차 실기시험에 들어갔다. 시험전날 잠을 조금 설치긴 했지만 잘 잤다. 아침부터 때빼고 광내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그제사 긴장감이 일어났다. 실제로 카메라 앞에서 테스트를 받게 되니 저절로 신경이 쓰였다.

실기시험은 스튜디오에서 5명이 한 조가 돼 실시됐다. 면접관들 6명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주어진 뉴스 원고를 읽도록 했다. 난 제일 먼저 하는 바람에 좀 긴장해 앞부분에서 목소리가 좀 떨렸다. 그러나 무사히 마치고 간단한 질문들이 있었다.

학창시절 교내 아나운서를 한 소감을 물었고 난 노래를 소개하면서 엉뚱한 가수를 잘못 말한 에피소드와 함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시길래 나도 백만불짜리 살인미소를 지어줬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준비한 것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였다. 나는 야구중계를 잠깐 선보였다. 뭔가 감이 좋았다. 그리고 이어진 2차 실기 시험.

이 날은 아무래도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아 양복을 아래 위 검은색으로 입고 갔다. 1차때는 위에는 밤색 아래는 검은 색이었다. 3명이 한 팀이 되었는데 모두가 미남이었다. 이번에도 뉴스원고를 읽었으며(1차 때보다 더 잘했다) 아나운서가 되려는 이유, 타사 응시 경험, 아나운서가 지녀야 될 자세등의 질문을 받았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이른바 합숙면접이 그것이다. 모두 6명이 남았는데 남녀 동등비율이었다. 합숙 면접 첫날은 인성 및 적성검사가 있었고 즉석 3분 스피치도 실시됐다. 또 내레이션, 오프닝맨트 원고 등을 주고 진행하는 태도를 평가하기도 했었는데 중간 중간 작은 실수가 연발되기도 했다.

이튿날은 영어 인터뷰를 비롯해 주제를 주고 집단적으로 토론을 하게 했으며 신문기사를 브리핑하도록 하기도 했다.

최종면접은 의례적인듯 보였다. 20여분 이상 여러 가지 물음등이 있었는데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하게 했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시간을 줬다. 또 진행하고 싶은 프로라든가 방송국에 대한 인상등 잡다한 질문들이 있었다.

합격통지를 받는 날. 어머니는 우셨다. 난 여자 친구와 친구들을 불러 삼겹살 파티를 했다.

난 무엇이든 하고자 하면 이뤄진다고 믿는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란 말처럼 최선을 다하고 나면 그 열매를 따게 해 주는게 자연의 법칙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