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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박 시장터 ①

만청 주장환 2010. 2. 15. 08:44

시장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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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파리떼들이 쓰레기통에 아귀처럼 달라붙어 생선내장을 빨아먹고 있어서인가? 콧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냄새가 시궁창 썩는 냄새 저리 가라다.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자갈치시장은 서캐들이 밤새 피를 빨아먹다 아침에 깨어나듯 비릿한 냄새와 함께 하루가 열린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민들 삶의 체취를 실어 부산시내 골목골목을 떠다니며 “퍼떡 일어나는기 맞습니다. 맞고요”하듯 채근한다. 어디선가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하는 노래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오만상을 찌푸리던 복대박은 갑자기 그 큰 귀를 토끼처럼 쫑긋 세운다. 잠시 귀를 기울이던 그는 피식 웃고 만다. 음탕스러운 갈색 육질이 그보다 먼저 발을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에서 몸 아래로 전기가 찌릿하게 흘러내렸다. 아래쪽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까치발로 살짝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한 걸음도 못가 복대박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어두컴컴한 간이창고 안에서 헛바람 잔뜩 든 미스왕이 허연 허벅지를 흐벅지게 내놓고 벽치기라도 하는 줄 알고 잔뜩 마른침을 삼켰는데 구포댁의 쇠부딪히는 목소리가 그의 귓전에 먼저 내팽겨쳐진다. 김이 샌 복대박은 혓바닥을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살짝 끼고선 ‘틱!’하고 침을 뱉어냈다. 무릇 한 가지 일을 오래하면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법인데 복대박의 침뱉기 역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그가 침을 ‘틱!’ 튀기면 원하는 표적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날아갔다. 강도가 세기도 하거니와 정확해서 밥상에 앉아 있는 파리도 그의 침 공격으로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길 양편으로 널려 있는 조그만 횟집의 아낙네들은 각자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고, 몇몇 여자들은 제법 분단장까지 하고 길가에 나와 손님잡기에 정신이 없었다. 골목길을 막 꺾어 영덕상회 앞으로 고개를 내밀면 구포댁의 난전이 있다. 구포댁이 남편 불알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곳이다. 구포댁의 목소리는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록 번듯한 가게는 아니더라도 비바람은 막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구포댁이 목에 시퍼런 심줄을 드러내며 마치 사내같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이악 쯕쯧짜자자. 마아∼ 둘이 묵다 서이 죽어도 모르는 맛, 그 맛이 홍애(어)괴기 맛 아이가∼ 보소 아재요. 그 서 봐라. 마! 이기 바로 만만한기 홍애좆이라카는 흑산도 홍애라예.”

 

구포댁은 지나가던 사람이 뒤를 돌아보거나 말거나 녹음기처럼 내뱉는다.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지 셋이 죽어도 모르는지 자신도 모른다. 한번도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발 고린내 같기도 하고 수채가 썩어 문드러지는 것 같기도 한 냄새에다 암모니아 냄새까지 로또로 들러붙어 매번 토악질을 불러일으키는 그게 무슨 맛인지 몰랐다. 그래서 홍어는 잘 취급하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무슨 동남풍이 불었는지 공판장에서 덥썩 한짝 사들고 와버렸던 것이다. 구포댁은 파는 물건은 설사 남는다 하더라도 집에 가져가 먹지 않는 버릇이 있다. 아깝기도 했지만 꼭 자신의 팔을 잘라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떨이를 해버리든지 아니면 하동댁이나 명자엄마, 미스왕 등 눈에 먼저 띄는 사람에게 “에라 기마이다. 니나 처무라” 하면서 선심쓰듯 던져 줘 버리곤 시원섭섭하게 돌아서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하동댁이 질세라 눈을 가자미처럼 한번 흘기더니 구포댁보다 한 옥타브를 더 높여 소리지른다.

 

“멍게나 해삼 미더덕 있심더. 개불 한번 묵어 보소 정력엔 최고라예∼.”

 

하동댁이 훼방꾼처럼 고함을 지르자 열을 받은 구포댁이 가래를 크으크극∼ 울궈내더니 하동댁 다라이 앞에다 타아악∼ 하고 내?/는다. 그 동작이 얼마나 절도 있고 박자가 척척 맞는지 평생 가래뱉기를 전문으로 해온 사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