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내가 눈앞의 것에 눈이 멀었구나!
향엄은 일찌기 출가 정진하여 경전에 박학다식하였다. 어느 날 스승인 위산선사께서 향엄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고민이라는 것을 너도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너는 부모님에게서 잉태되어 태어나기 전에 무엇이었는지 말할 수 있느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없어 스승에게 묻는다. "스승님께서 답을 가르쳐 주시면 백골난망이겠습니다." 그러나 위산선사는 냉정하게 말한다. "내가 너에게 말해봐야 그것은 내 말이지 너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그러니 가르쳐 줄 것이 없다" 거처로 돌아와 모든 경전을 다 뒤졌지만 답을 찾지 못한 향엄은 책을 모두 불태우고 어느 절에 들어가 허드렛일을 거들면서 기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밭을 가꾸다가 돌멩이가 나와 그것을 집어 옆으로 던졌다. 향엄이 던진 돌멩이는 슁~하고 날아가 나뭇가지에 부딪히면서 '바스락'하는 소리를 냈다. 그 순간 깨달음을 얻은 향엄은 위산선사에게 달려가 넙죽 엎드려 절하면서 말한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 때 만약 스승님께서 어떤 답을 주셨다면 오늘 제가 이렇게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과연 향엄은 무슨 답을 찾았을까? 한 가지 더 들어보자. “이 뭣꼬?” 스승이 된장독 뚜껑을 열고 제자에게 물었다. “이 뭣꼬?” “똥입니다.” “맛을 보고 일러라. 이 뭣꼬?” “그래도 똥입니다.” “어허! 아직도 똥, 된장을 구별하지 못한단 말인가!” 인간이 눈독을 들인 때부터 그것은 이미 똥이 된다. 아뿔싸! 내가 눈앞의 것에 눈이 멀었구나! 마음에 탐욕이 들고 무엇에 빼앗기면 나무도 뱀으로 보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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